'살인혐의' 제주 오픈카 사망사고 유족 오열에도 '무죄'
제주지법 16일 살인 혐의 무죄 판단하고
음주운전 혐의만 인정해 집행유예 '선고'
"살인에 이를 수 있는 앙심·분노도 없어"
제주에서 음주운전으로 연인을 사망케 한 30대에게 검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6일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4)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살인은 무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제주를 여행 중이던 지난 2019년 11월 10일 새벽 1시쯤 제주시 한림읍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로 연인 B씨와 렌트한 오픈카를 몰다 도로 연석과 주차된 경운기 등을 잇따라 들이 받았다. 이 사고로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B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이 되돌아 오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 B씨는 숨졌다.
지난 6월 첫 재판 당시 검찰은 "당시 A씨는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B씨에게 '안전벨트 안했네?'라고 물었고, 이후 곧바로 차량 속도를 올려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며 살인 혐의로 기소한 이유를 밝혔다.
검찰 "안전벨트 얘기 후 곧바로 가속 고의 사고" 살인혐의 기소
이어 지난달 22일 결심공판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애증관계, 제주 여행 중 발생한 여러 정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살해를 결심, 실행한 것"이라며 "하지만 피고인은 사고 당시에 대해 단기 기억상실을 주장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검찰은 피고인과 피해자간 나눴던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 중 1%도 안되는 내용을 발췌해 살인의 고의가 있다는 극단적 주장을 하고 있다"며 "즉 납득할 만한 근거도 없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된 사안"이라며 공소기각을 주장했다.
이날 장 부장판사는 "살인은 자신의 도덕성과 사회성 등 여러 점을 극복할 수 있는 내적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앙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노 혹은 집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이 있었다면 안전벨트 착용 여부 자체를 묻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픈카 특성상 사고 발생시 운전자 본인도 다칠 위험이 있는데, 피고인이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범행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사랑한다는 사람이 병문안 한 번도 안왔다"
지난 9월 13일 세 번째 공판에서 사망자 B씨의 언니와 어머니가 나와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구했다.
언니인 C씨는 "동생은 가족을 이루는 것이 꿈이었다"며 "병원에서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했음에도 불구, 동생 숨이 붙어있길 바랐지만 결국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이어 "동생과 말다툼을 하고,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점을 물어본 뒤 액셀을 급히 밟은 것은 동생을 죽이려고 한 것"이라며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D씨도 눈물을 흘리며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사람이 사경을 헤매는 동안에도 면회를 한 번도 오지 않을 수가 있느냐"며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디 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하소연했다.[송은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