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9. 17:23ㆍ제주 문화예술
제주 근현대사 다룬 장편소설 '제주도우다' 발간
제주문학관서 북토크…"총체적으로 4·3 본 것"
[한라일보] '순이 삼촌'으로 제주4·3의 비극을 널리 알린 현기영(82) 소설가가 일제강점기부터 4·3에 이르기까지 제주도 근현대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창비 펴냄)를 들고 도내 독자들과 만났다.
지난 8일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제주문학학교의 '2023 도민문학학교' 일환으로 현기영 소설가 초청 북토크가 열렸다. 대담 진행은 김동윤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이날 대강당은 보조 의자를 놓을 정도로 도민들로 가득차 원로 작가에 대한 높은 관심과 위상을 가늠하게 했다.
세 권으로 엮인 '제주도우다'는 일제의 압박이 극에 달하던 1943년부터 4·3이 발생하고 토벌이 이뤄진 1948년 겨울까지를 주요 시간대로, 주요 공간은 조천리로 삼는다. 4·3의 비극으로부터 살아남은 자 안창세의 회고담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건을 이끌어가는 것은 해방공간의 청년들이다.

현기영 작가는 이날 북토크에서 '제주도우다'를 "나의 '스완송'으로 생각한다"며 "제 나름으로 총체적으로 4·3을 바라본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4·3은 어두운 방속의 커다란 코끼리 같아서, 압도적인 무게와 부피를 가늠할 수 없다"며 "내 나름대로 4·3을 탐색했지만 코끼리 다리, 발 더듬기라고 생각한다. 세 권을 썼지만 거대한 4·3의 일부일 따름"이라고도 했다.
그는 사실 이 소설 제목을 '그해 겨울에는 참 눈이 많이 내렸지', 또 하나는 '또 하나의 나라'라고 하고 싶었는데 출판사에서 '제주도우다'라고 정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나오는 주인공의 손녀와 손녀사위를 두고 현 작가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했다.
현 작가에 따르면 4·3의 참상을 겪은 주인공 안창세는 70여년을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인생을 사는 거다. "그 사람은 지금을 사는 게 아니라 그 당시를 사는거다. 살아있는 죽은 자라고 저는 이야기하는 거다. 생존희생자라고 한다. 죽진 않았지만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사람들. 그 주인공은 일생을 그런 삶을 살았어요."
현 작가는 "손녀는 4·3 미체험세대다. 전략적으로 4·3은 미체험 세대가 계승해야한다 이런 것"이라며 미체험세대가 그 기억을 갖고 4·3을 보편화시키고, 국내화시키고, 세계화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기억이 대를 이어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였다.

현 작가는 "4·3은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참함"이라고 했다. 이 소설에도 학살의 양상들이 나열돼있지만 너무 처참해서 자극성있게 안쓸려고 했다곤 했지만 "그럼에도 독자들은 불편해할지 모른다"고 했다.
현 작가는 "앞으로 이 사회에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설득하려면 그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며 "비참함 속에도 웃음과 즐거움, 유머를 넣을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중단편으로 4·3을 다뤄왔기에 "4·3이야기는 그만 썼음 했는데 안되더라"던 그는 계속된 악몽 속에서 결국 '제주도우다'를 내놓았다. 출판사는 '제주도우다'를 그의 '필생의 역작'으로 소개한다.
'스완송'이라고 감히 이야기한다는 '제주도우다'를 펴낸 원로 작가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계획하고 있을까.
현 작가는 "('제주도우다'를)다 쓰고 난 다음에 뭘 쓸까 준비하고 있더라. 더이상 4·3은 쓰면 안되겠죠. ('제주도우다')는 솔직히 정성들여 썼다. 4·3영령에게 바치는 공물로 공들여 썼다"고 했다.
"요즘 도시 회색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의 소산이걸, 자연의 일부란 걸 모른다. 모르기때문에 자연을 해치고 훼손한다"며 앞으로 자연과 인간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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